우울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가라앉아 있는 날이 있습니다. 좋아하던 게 하나도 안 당기고, 사람들 웃는 소리가 유리 너머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게 느껴져요. 씻는 것, 밥 차리는 것처럼 원래 아무것도 아니던 일이 갑자기 무겁고요.

이럴 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기운 내"인데, 그게 되면 우울한 게 아니죠. 기운을 내는 건 결과지 방법이 아니에요. 그래서 여기서는 "힘내세요" 말고, 지금 내 상태가 어디쯤인지 재보는 기준과 순서대로 해볼 것을 적어둡니다.

지나가는 우울감과 그렇지 않은 상태

기분이 가라앉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고, 그 자체로 고장난 게 아닙니다. 슬픈 일이 있으면 슬픈 게 정상이에요. 구분선은 세 가지입니다.

지난 2주 체크리스트

최근 2주를 떠올리면서, 절반 이상의 날에 해당했던 것만 세어보세요.

  1. 하루 대부분 기분이 가라앉아 있거나 텅 빈 느낌이다
  2. 예전에 좋아하던 일이 재미도 의미도 없다
  3. 잠들기 어렵거나, 반대로 자도 자도 계속 자고 싶다
  4. 입맛이 없거나, 반대로 폭식하게 된다
  5. 몸이 무겁고 쉬어도 피로가 안 풀린다
  6. 내가 쓸모없는 사람 같고 자꾸 나를 탓하게 된다
  7. 집중이 안 되고 간단한 결정도 오래 걸린다
  8. 말과 행동이 느려졌거나, 반대로 안절부절못한다
  9. 사람을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 약속을 미루거나 끊었다
  10. 사라지고 싶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0~2개는 누구나 겪는 기복입니다. 3~5개면 생활 쪽부터 손볼 시점이에요. 6개 이상이거나, 개수와 상관없이 10번에 해당한다면 지금 바로 아래 상담 번호나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로 연락해보세요.

이 목록은 참고용입니다. 진단은 의사만 할 수 있고, 갑상선 문제·빈혈·수면무호흡·복용 중인 약처럼 몸에서 오는 원인도 실제로 많아요. 그러니 "몇 개 나왔다"로 결론짓지 마시고, 도움을 청할지 말지 정하는 기준으로만 쓰세요.

우울할 때 오히려 나를 더 깎는 것들

본인은 열심히 애쓰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더 가라앉게 만드는 행동들이 있어요.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우울할 때는 원래 이쪽으로 손이 갑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순서가 중요합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움직이겠다고 기다리면 대체로 그날은 오지 않아요. 아주 작게 움직이면 기분이 조금 따라옵니다. 이 순서는 뒤집기 어렵습니다.

  1. 10분짜리 하나만. 오늘 할 일을 딱 하나 고르고, 그것도 10분치로 잘라보세요. 방 치우기 대신 책상 위만, 운동 대신 신발 신고 현관 나가기까지. 다 못 해도 시작한 건 남습니다.
  2. 햇빛 15분. 오전에 밖에서 빛을 쬐면 그날 밤 잠이 달라지고, 잠이 달라지면 다음 날 기분이 달라집니다. 창문 여는 것만으로는 밝기가 한참 모자라요.
  3. 몸을 조금 움직이기. 빠르게 걷기 2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운동 효과 때문이 아니라, 몸이 먼저 깨어나야 마음이 따라오기 때문이에요.
  4. 정해진 시간에 뭐라도 먹기. 굶으면 기분이 더 떨어집니다. 잘 차려 먹지 않아도 되니 시간만 지켜보세요.
  5. 한 사람에게 한 줄. 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 좀 가라앉네" 한 줄이면 충분해요. 우울은 사람을 방 안쪽으로 밀어 넣는데, 그 방향을 아주 조금만 되돌리면 됩니다.
  6. 머릿속을 종이로 옮기기. 생각은 머리 안에 있을 때 제일 크게 부풀어요. 한 줄로 적으면 크기가 생기고, 대개 적어놓고 보면 생각보다 작습니다.

길게 보고 챙길 것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무기력증,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를, 자꾸 내 탓으로 돌아간다면 자책이 멈추지 않을 때를 같이 보시면 도움이 돼요. 잠이 계속 밀린다면 잠이 안 오는 진짜 이유도 있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게 좋은 선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미루지 말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해보세요.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가는 쪽이 훨씬 수월합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마다 있고 비용 부담 없이 상담받을 수 있어요. 병원이 부담스러우면 여기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마음이 약해서 가는 게 아니라, 혼자 들기엔 무거워서 가는 겁니다.


말할 데가 마땅치 않을 때, 이름 없이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조금 가벼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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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마음이 계속된다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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