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한쪽 머리가 욱신거릴 때
관자놀이 한쪽에서 시작된 통증이 맥박 뛰는 박자에 맞춰 쿵, 쿵 울립니다. 형광등 불빛이 눈을 찌르는 것 같고, 옆 사람 말소리도 버겁게 들려요. 속이 메슥거려서 점심은 손도 못 대고, 결국 불 끄고 누워서 지나가기만 기다립니다. 반나절, 길면 하루를 통째로 잃어요.
이런 두통이 한 달에 몇 번씩 찾아온다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큽니다. 편두통은 생각보다 흔해서 성인 열 명 중 한두 명이 겪고, 남성보다 여성에게 두세 배 많아요. "그냥 머리가 좀 아픈 것"으로 넘기기엔 일상을 꽤 크게 흔드는 두통입니다. 어떤 모양인지, 왜 오는지, 무엇부터 해볼 수 있는지 정리해볼게요.
편두통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 머리 한쪽이 아픈 경우가 많다. 다만 양쪽이 같이 아플 때도 있다
- 꽉 조이는 느낌보다 심장 뛰듯 욱신거리는 느낌이다
- 계단을 오르거나 몸을 숙이면 더 심해진다
- 속이 울렁거리거나 실제로 토하기도 한다
- 빛, 소리, 냄새가 평소보다 훨씬 거슬린다
- 한 번 오면 네 시간에서 길게는 사흘까지 간다
- 두통 직전에 눈앞에 번쩍이는 지그재그 빛이 보이거나, 시야 일부가 흐려지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머리 전체가 띠처럼 조이고, 아파도 일은 할 수 있을 정도라면 긴장성 두통에 더 가깝습니다. 그쪽이라면 스트레스 두통 글이 더 맞을 거예요. 두 가지가 섞여 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편두통을 부르는 흔한 계기
편두통은 타고난 체질이 바탕에 있고, 거기에 특정한 계기가 겹칠 때 터지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 중에 편두통이 있는 사람이 흔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사람마다 계기가 다르지만 자주 꼽히는 것은 이렇습니다.
- 스트레스, 그리고 스트레스가 끝난 직후 — 바쁠 때가 아니라 마감이 끝난 주말, 휴가 첫날에 터지는 사람이 많아요. 팽팽하던 긴장이 갑자기 풀릴 때도 계기가 됩니다.
- 잠의 변화 — 덜 잔 날뿐 아니라, 주말에 몰아서 늦잠을 잔 날에도 옵니다.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예요.
- 끼니 거르기 — 배가 오래 비어 있으면 그 자체로 계기가 됩니다.
- 생리 주기 — 생리 시작 전후 며칠에 몰려서 오는 경우가 꽤 많아요.
- 날씨와 환경 — 기압이 바뀌는 날, 강한 햇빛, 진한 향수 냄새, 시끄러운 장소.
- 먹고 마시는 것 — 술, 특히 와인. 커피를 평소보다 많이 마시거나 갑자기 끊은 날도 흔한 계기예요.
스트레스와 편두통은 어떻게 이어질까
편두통이 있는 사람의 뇌는 바깥 자극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평소엔 별일 없다가, 여러 부담이 한꺼번에 쌓여 어느 선을 넘는 순간 두통이 시작됩니다. 잠을 설친 데다 끼니를 거르고, 신경 쓰이는 일까지 겹친 날에 유독 잘 터지는 이유예요.
그리고 편두통은 다시 스트레스를 만듭니다. 언제 또 올지 몰라 약속을 잡기 망설여지고, 중요한 날마다 두통이 올까 조마조마해져요. 회사에 "또 머리가 아파서요"라고 말하기가 눈치 보이고, 아파본 적 없는 사람에게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이 걱정이 쌓이면 그 자체가 다음 두통의 계기가 되는 고리가 생겨요.
내 계기를 찾는 법 — 두통 일기
편두통을 다루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나는 언제 오는가"를 아는 거예요. 한두 달만 아래 내용을 휴대폰 메모에 적어보세요.
- 두통이 시작된 날짜와 시간, 끝난 시간
- 전날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났는지
- 그날 끼니를 거른 적이 있는지, 술이나 커피는 어땠는지
- 그날이나 그 전날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는지
- 여성이라면 생리 주기 중 며칠째였는지
- 약을 먹었다면 무엇을 언제 먹었고 효과가 있었는지
적다 보면 "월요일 아침", "늦잠 잔 토요일", "생리 이틀 전"처럼 겹치는 모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기록은 병원에 갔을 때도 의사가 가장 반기는 자료예요.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것
- 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늦잠은 한 시간 안쪽으로
- 세 끼를 거르지 않는다. 바쁜 날엔 견과류나 바나나라도 챙긴다
- 물을 자주 마신다
- 커피는 매일 비슷한 양으로. 갑자기 늘리거나 끊지 않는다
- 두통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일찍 쉰다. 참고 버틸수록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 시작되면 어둡고 조용한 곳에 눕고, 이마나 목 뒤에 차가운 수건을 대본다
- 바쁜 시기가 끝난 직후엔 일정을 몰아서 잡지 말고, 하루쯤 느슨하게 둔다
진통제는 두통 초기에 먹어야 잘 듣는 편이에요. 하지만 한 달에 열흘 넘게 먹다 보면 오히려 두통이 더 자주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 먹는 날이 늘고 있거나, 한 달에 네 번 이상 편두통으로 하루를 잃는다면 신경과에서 상담을 받아보세요. 두통이 오는 횟수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두통은 바로 병원에 가세요
- 갑자기 망치로 맞은 것처럼, 살면서 처음 겪는 심한 두통이 왔다
- 열이 나면서 목이 뻣뻣해 고개를 숙이기 힘들다
-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리다
- 눈앞의 이상한 빛이나 시야 흐림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진다
- 머리를 부딪친 뒤에 두통이 시작됐다
- 쉰 살이 넘어 처음 이런 두통이 생겼다
- 평소 편두통과 모양이 확 달라졌다
이런 경우는 편두통이 아닐 수 있으니 기다리지 말고 바로 응급실이나 신경과로 가야 합니다.
두통보다 마음이 먼저 지쳤다면
편두통은 체질의 문제라서 내 탓이 아닙니다. 그래도 두통이 잦아진 시기를 돌아보면 쉬지 못하고 버틴 날들이 겹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잠을 계속 설친다면 불면증 원인을, 가슴까지 답답하다면 가슴이 답답할 때를 같이 보세요. 어지러움이 함께 온다면 스트레스 어지럼증이, 쉬어도 기운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번아웃 자가진단이 도움이 됩니다.
아픈 걸 설명하기 지쳐서 혼자 삼키게 되는 게 편두통의 또 다른 무게예요. 오늘 머리가 아팠다면, 그건 꾀병도 엄살도 아닙니다. 불 끄고 쉬어도 되는 날이에요.
아무한테도 설명하기 힘든 하루였다면, 이름 없이 적어서 잠깐 내려놓는 방법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