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식은땀이 날 때, 스트레스 탓일까
새벽에 눈을 떴는데 목덜미랑 베개가 축축하다. 덥지도 않았는데 등이 젖어 있어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눕는다. 이런 밤이 한두 번이면 그냥 넘어가지만, 일주일에 몇 번씩 되풀이되면 슬슬 걱정이 돼요.
자다가 나는 땀은 이유가 생각보다 다양해요. 방이 더웠던 것처럼 단순한 경우도 있고, 몸이 긴장을 풀지 못해서인 경우도 있고, 한 번쯤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나씩 짚어볼게요.
먼저 잠자리부터 확인해보세요
의외로 제일 흔한 원인이에요. 다른 걸 의심하기 전에 아래부터 바꿔보는 게 순서예요.
- 보일러나 전기장판을 켠 채로 잔다. 잠든 뒤에 체온이 오르면서 땀이 난다
- 이불이 계절보다 두껍거나, 땀이 안 마르는 소재의 잠옷을 입는다
- 자기 전에 술을 마셨다. 술은 처음엔 몸을 데우고 새벽에 땀을 내게 만든다
- 늦은 저녁에 맵거나 뜨거운 음식, 커피를 먹었다
방 온도를 한두 도 낮추고 일주일쯤 지켜봤는데 그대로라면, 다른 쪽을 볼 차례예요.
스트레스가 많을 때 땀이 나는 이유
긴장하면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걱정거리가 많으면 몸은 잠든 뒤에도 '아직 경계해야 한다'는 상태를 쉽게 못 내려놔요. 심장이 조금 빨리 뛰고, 체온 조절이 흔들리면서 땀이 나요.
이런 경우엔 보통 같이 따라오는 것들이 있어요.
- 악몽을 꾸다가 깼는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젖어 있다
- 새벽 3~4시쯤 깨서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 낮에도 어깨나 턱에 힘이 들어가 있는 걸 자주 느낀다
- 큰 일이 있는 주간, 마감이나 다툼이 있던 날 밤에 유독 심하다
땀이 나는 날과 마음이 무거웠던 날이 겹친다면, 몸이 낮에 못 푼 긴장을 밤에 대신 내보내고 있는 걸 수도 있어요.
호르몬이나 약 때문일 때
40대 후반에서 50대 여성이라면 갱년기 증상일 수 있어요. 얼굴과 가슴이 확 달아오르다가 땀이 쏟아지고, 금방 다시 추워지는 게 특징이에요. 남성도 호르몬 변화로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최근에 새로 먹기 시작한 약이 있다면 그것도 확인해보세요. 일부 우울증 약, 해열진통제, 혈당 약은 밤에 땀을 늘릴 수 있어요. 약을 임의로 끊지는 말고, 처음 받은 병원이나 약국에 "밤에 땀이 많이 나요"라고 물어보면 돼요.
이럴 땐 병원에 가보세요
대부분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아래처럼 다른 변화가 같이 있으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마음도 편해요.
- 잠옷과 이불을 갈아야 할 만큼 흠뻑 젖는 밤이 2주 넘게 이어진다
- 다이어트를 안 했는데 몇 달 사이 몸무게가 눈에 띄게 줄었다
- 미열이 계속되거나 기침이 3주 넘게 안 떨어진다
-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아프지 않은 멍울이 만져진다
- 당뇨가 있는데 자다가 식은땀과 함께 떨림, 심한 허기가 온다
어느 과로 갈지 모르겠다면 가까운 내과에서 시작하면 돼요. 언제부터, 일주일에 몇 번, 얼마나 젖는지를 메모해 가면 이야기가 훨씬 빨라요.
오늘 밤 해볼 수 있는 것
- 방 온도를 평소보다 조금 낮추고, 땀이 잘 마르는 면 잠옷으로 바꾼다
- 머리맡에 마른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둔다. 깼을 때 허둥대지 않으면 다시 잠들기 쉽다
- 잠들기 두세 시간 전부터는 술과 커피를 쉰다
- 누워서 숨을 넷에 들이쉬고 여섯에 내쉬기를 열 번 한다. 내쉬는 숨이 길면 몸이 긴장을 푸는 쪽으로 넘어간다
- 머릿속에 맴도는 일이 있으면 자기 전에 종이에 적어둔다. 적어두면 머리가 그걸 붙들고 있지 않아도 된다
땀보다 마음이 더 무거울 때
식은땀은 몸이 버티고 있다는 신호일 때가 많아요. 잠자리를 바꾸고 검사에서도 별 이상이 없는데 계속된다면, 요즘 무엇을 혼자 안고 있는지 한번 돌아봐도 좋아요. 그게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라면 더 그래요.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일이 밤마다 맴돈다면, 이름 없이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조금 가벼워질 수 있어요.